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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2026.06(1)

  1. 뜻깊음

    최근에 7년 차 이상을 뽑는 프론트엔드 개발자 면접에 면접관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제 막 3~4년 차를 지나고 있는 내가 그 자리에 앉아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다. 지원자분들이 남겨주신 GitHub 링크의 모든 레포지토리와 경력기술서를 3일 내내 들여다봤다. 놓친 부분은 없는지, 빠뜨린 질문은 없는지, 내 질문으로 이분의 역량을 조금이라도 더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계속 되짚었다.

    솔직히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경력이 얼마 되지 않는 내가 나보다 오래 일해온 분에게 기술 질문을 던지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면접관으로 앉아본 경험은 무척 뜻깊었다. 늘 지원자 자리에 앉아 긴장한 채로 임해왔기에, 반대편에 앉으면 조금은 편안할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앉아보니 그쪽도 똑같이 긴장되는 자리였다. 다만 긴장의 결이 달랐다. 나를 잘 보여줘야 한다는 긴장이 아니라, 이 사람을 제대로 봐야 한다는 긴장이었다.

    그 자리에 앉아보고 나서 분명해진 생각이 하나 있다. 지원자에게 좋은 경험을 주어야 한다는 것. 누구나 긴장할 수밖에 없는 자리지만, 그 긴장 속에서도 그 사람이 쌓아온 경험이 최대한 드러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면접관의 역할이 아닐까. 결국 면접은 한 사람을 평가하는 자리이기 이전에, 함께 일할 사람을 알아가는 자리일 테니 말이다.

    내 질문이 충분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다만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온다면, 그때는 조금 더 좋은 질문을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

2026.05(2)

  1. 아쉬움

    나는 1년 정도 이전 팀에 있다가, 조직 개편으로 새롭게 편성된 팀에 합류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팀장님을 맞이했다. 회사 분위기상 팀장급 자리에 올라가려면 꽤 오랜 연차가 필요한 편인데, 새로 오신 팀장님은 나와 고작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처음부터 신기하다고 생각했고, 함께 일하며 호흡을 맞춰갈수록 이전까지 본 적 없는 결의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회사의 흐름이 다소 정적인 편인데도, 팀장님은 그 분위기를 어떻게든 바꿔보려 애쓰는 스타일이었다. 욕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런 면들이 나와 닮아 있었다. 3개월쯤 지났을까, 팀장님 역시 나를 비슷한 결의 사람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그때부터 우리는 정말 많은 일을 해냈다. 회사에서 오랫동안 풀리지 않던 이슈들을 하나씩 매듭지었고, 기술을 공유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갔다. AI를 활용한 다양한 tool과 AX 관련 업무들도 그 흐름 위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앞으로 이 회사를 얼마나 더 다니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팀장님과 함께하는 동안은 개인의 성장은 물론이고 일하는 방식과 시야 자체를 넓혀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팀장님이 이직을 하게 되었다.

    솔직히 아쉽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함께 그려보고 싶었던 그림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고, 이제 막 우리만의 호흡이 자리 잡기 시작한 참이었다. 누군가와 일하면서 "이 사람과는 더 멀리 가볼 수 있겠다"는 감각을 갖기란 생각보다 흔한 일이 아니라는 걸, 이번 일을 통해 새삼 깨닫고 있다.

    이제부터의 고민은 결국 내 몫이다. 팀장님이 만들어가던 흐름을 누가 이어갈 것인가, 아니 그 이전에 나 스스로는 어떤 모습으로 이 자리에 남아 있을 것인가. 그분에게 기대어 배우던 것들을 이제는 스스로 찾아 나서야 한다. 어쩌면 이 빈자리가, 내가 그동안 받기만 했던 것들을 정리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아쉬움은 아쉬움대로 두되, 그 위에 무엇을 쌓아갈지는 이제 내가 결정할 차례다.

  2. 성취감

    회사에서 바이브코딩 공모전이 열렸다. 약 2주간 진행되었는데, 개발자와 비개발자, 주니어와 시니어, 리더와 실장까지 직급에 관계없이 1인당 한 개씩 서비스를 만들어 제출하는 미션이었다.

    기술적인 부분에는 늘 관심이 많았던 터라 구현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정작 아이디에이션 단계가 만만치 않았다. 현재 회사 도메인인 '문서'를 꼭 엮어보고 싶었고, 여러 고민 끝에 '나'라는 페르소나를 가진 캐릭터를 키우는 개인화 AI 문서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다.

    연휴가 끝난 뒤 순위가 발표되었고, 운 좋게 10등 안에 들어 심사위원 앞에서 간단한 PT로 서비스를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그리고 최종 결과는 2등이었다.

    회사의 모든 직원이 한 명씩 서비스를 제출한 자리였기에 순위 안에 들 거라곤 사실 기대하지 않았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여서 그런지 기쁨이 더 크게 다가왔다.

    다만 결과 발표가 끝나고 수상자 명단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자니,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 공모전의 본래 취지가 비개발 직군의 AI 활용 능력을 키우는 데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작 상위 10명 중 9명이 개발자이고 비개발자는 단 1명뿐이었다는 사실이다. 아직은 비개발 직군이 AI를 실무에 녹여내기까지 진입 장벽이 적지 않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 격차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내가 앞으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한 번쯤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다.

2026.04(2)

  1. 뿌듯함

    최근에 팀에서 혼자 작은 도구 하나를 만들었다. 시작은 거창하지 않았다. 주말에 책상 앞에 앉아 rulesskills를 관리하는 MCP 하나를 만들어본 것이 전부였다. 누가 시킨 것도, 봐달라고 만든 것도 아니었다. 그저 팀 안에서 여기저기 흩어진 채 난잡하게 관리되고 있는 rules와 skills를 보며, 이걸 한곳에 정돈해 두면 좋겠다는 생각 하나뿐이었다.

    주말이 지나고 나는 직접 만든 결과물을 들고 팀장님을 찾아갔다. 우리 팀에 왜 이게 필요한지, 더 나아가 회사 차원에서도 충분히 도입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하나하나 설명드리며 설득했다. 다행히 그 마음이 닿았는지, 스프린트가 끝나고 잠시 숨을 고르는 텀 기간, 팀장님은 나에게 약간의 시간을 내어주었다. 그 시간 동안 도구는 조금씩 모양을 갖춰갔다. CLI로 skill을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이 붙었고, 마침 사내에 보안 이슈가 잦아지면서 skill을 안전하게 관리할 필요가 커졌다. 그렇게 처음의 작은 MCP는 skill marketplace라는 형태로 자라났다.

    내가 이것을 만든 이유는 여러 가지였지만, 결국 한 가지로 모인다.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 사이의 보이지 않는 담장을 낮추고 싶었다. AI를 자연스럽게 다루는 사람과 아직 그렇지 못한 사람, 개발자와 비개발자. 그 사이의 거리를 조금이라도 좁히고 싶었다.

    오늘 드디어 실 인원 앞에서 발표했다. 반응은 따뜻했고,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의미 있는 피드백을 남겨주셨다. 혼자 시작한 일이 누군가의 손을 거쳐 다시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받은 피드백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더 나은 모습으로 다듬어 나가야겠다.

  2. 반가움

    경력이 어느덧 3년 6개월 정도 되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누군가의 사수가 되었다. 예전부터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여러 리더분들의 인상 깊은 글들을 챙겨 읽어왔는데, 막상 내가 누군가에게 비록 작더라도 한 명의 리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진다. AI가 빠르게 발전하는 지금, 내가 그 친구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지는 하루다.